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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번생은 처음이라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그냥 계약 결혼 로맨스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다시 봤더니 전혀 다른 드라마처럼 느껴졌습니다. 지호가 대출도 안 되고 갈 곳도 없어서 월세 없는 방을 찾는 장면이, 예전엔 그냥 설정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사랑 이야기이기 이전에, 집 한 칸 구하기 어려운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계약결혼이라는 설정,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계약 결혼 드라마라고 하면 '어차피 사랑하게 되는 판타지'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선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지호와 세희의 계약이 성립하는 조건 자체가 꽤 구체적이고 냉정했습니다.

지호는 5년간 아버지 집에서 살림을 도맡고, 가계약금과 냉장고·보일러 교체 비용까지 보탰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프리랜서 드라마 작가라 소득이 불규칙하고 신용등급도 좋지 않아 금융기관 대출도 거절당합니다. 여기서 신용등급이란 개인의 채무 상환 능력을 수치화한 평가 지표로, 프리랜서처럼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직군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출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정규직·프리랜서는 동일 소득의 정규직 대비 대출 승인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세희 쪽도 마찬가지로 현실적입니다. 집은 있지만 대출금 상환 압박이 있고, 비혼 주의자라 결혼 압박과 소개팅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비혼 주의(非婚主義) 란 결혼 제도 자체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말합니다. 세희는 자신과 고양이, 그리고 집만 감당할 수 있다고 선을 긋는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이유가 월세 할인, 분리수거, 어머니의 간섭 차단이라는 점이 저는 오히려 설득력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계약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지호: 보증금·월세 없는 주거 공간 확보, 안전한 생활환경
  • 세희: 월세 수입 대신 집 관리·고양이 돌봄, 결혼으로 인한 외부 간섭 차단
  • 공통 조건: 결혼식 등 부대비용 생략, 효율성·경제성 기준으로 생활

제가 이 설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사람이 처음부터 '우리 정서'가 아니라 계약서로 관계를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게 차갑게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서로에게 솔직한 방식처럼 보였습니다.

요약: 지호와 세희의 계약 결혼은 판타지가 아니라, 대출 거절·비혼 주의·주거난이라는 현실적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선을 긋던 두 사람이 '우리'라는 말에 흔들리기까지

처음 볼 때는 세희가 답답했습니다. 모든 걸 비용 대비 효율로 환산하고, 지호가 회사에 찾아온 것도, 고양이 이름을 바꾸려 한 것도, '우리'라는 말 한마디도 불편하다고 선을 긋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세희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세희가 지호에게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장면이 제 기억에 남습니다. 지호의 전 남자친구가 난동을 부리자 세희가 직접 나서고, 조감독이 성추행 고소 취하를 요청하러 찾아오자 그 자리에서 폭행합니다. 계약 관계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들입니다. 그런데도 세희는 계속 지호의 글 쓰는 일에 해가 될까 봐, 계약 종료 후 지호에게 사회적 평판 피해가 갈까 봐 걱정합니다. 이게 제 경험상 '선을 긋는 척하는 사람'이 실제로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지호 이야기도 단순한 로맨스 선 위에만 있지 않습니다. 성추행 미수 사건으로 드라마 작가 일을 포기하고, 꿈을 잃은 채 카페 알바를 하면서도 세희의 집에서 조금씩 회복해 나갑니다. 드라마 작가란 방송사에 납품할 대본을 창작하는 직군으로, 업계 특성상 위계 관계가 강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출처: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에서도 방송·문화 업종은 피해 경험 후 대응 포기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지호가 세희의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 저는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의 결이 달라집니다. "신피질의 재앙"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신피질(Neocortex)이란 인간 뇌에서 이성적 사고와 자의식,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담당하는 부위입니다. 쉽게 말해, 고양이는 서른 살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도 불안해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게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세희가 이 말을 꺼낸 건 지호를 위로하기 위해서였지만, 제 경험상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감정에 반응하는 사람이 이미 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세희는 지호가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드러냅니다. "보고 싶었다"라는 말, 그리고 처음으로 지호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오히려 가장 솔직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과정이 조금 돌아가는 느낌이라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게 이 드라마가 현실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요약: 세희의 변화는 갑작스럽지 않았습니다. 계속 선을 그으면서도 지호의 안전과 꿈을 챙기던 행동들이 이미 마음의 증거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번 생은 처음이라》 계약 결혼 설정이 실제로 현실적인가요?

A. 일반적으로 계약 결혼 드라마는 판타지로 소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다시 보면서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프리랜서 대출 거절, 주거 불안정, 비혼 주의자의 결혼 압박 같은 조건들이 두 사람의 선택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주거 문제는 실제 20~30대가 겪는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Q. 세희 캐릭터가 왜 그렇게 선을 많이 긋는 건가요?

A. 세희는 비혼 주의자로서 감정적 개입 자체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는데, 다시 보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방어 기제에 가까웠습니다. 드라마 초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대사가 그 마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Q. 지호가 드라마 작가 일을 포기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조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할 뻔한 사건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업계는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위계 구조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호의 선택도 그 현실을 반영합니다. 이후 세희의 지지와 제작사 대표 고정민과의 인연을 통해 다시 대본을 쓰기 시작하는 흐름이 회복 서사로 기능합니다.

 

Q. 결말에서 두 사람이 다시 혼인신고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A. 계약 종료 후 3년이 지나 두 사람은 자발적으로 혼인신고와 계약서 재작성을 선택합니다. 이번엔 조건이 다릅니다. 전세금 절반씩 부담, 명절 각자 보내기, 그리고 모든 계약의 대전제는 "우리의 사랑을 최우선으로 할 것"입니다. 한국 정서보다 우리 정서를 우선한다는 이 결말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

제가 이 드라마를 다시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대사들이었습니다. "이번 생은 어차피 모두 처음이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정서가 중요하다." 처음 볼 때는 예쁜 대사로 지나쳤는데, 시간이 좀 지난 뒤 다시 들으니 각각 다른 무게로 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드라마는 결혼을 사랑의 결말로 다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처음에 돈과 집 때문에 결혼하고, 나중에 사랑이 생기고 나서는 그 결혼이라는 제도가 진짜 필요한지를 다시 묻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로 결혼과 사랑을 동시에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드라마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볼 계획이 있으신 분께는, 지호가 처음 세희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부터 차근차근 보시길 권합니다. 그 집이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변해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대사들이 처음과 다르게 들릴 겁니다.

참고: https://youtu.be/9qt9bK9y5aw?si=d1CHdt-bYb3Maj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