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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불륜 드라마라고 해서 봤는데, 불륜은 사실 가장 작은 문제였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 예상한 건 전형적인 외도-이혼-복수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1회도 끝나기 전에 시신이 등장하고, 시신을 숨기는 선택이 나왔습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제목 자체가 이미 하나의 블랙코미디였습니다.



반전 구조 — 불륜이 시작이라는 착각

드라마를 보기 전, 제목만 읽고 '아, 외도에 관한 막장물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업가 경희, 배우 남편 재용, 그리고 이웃 피부과 의사 수정이라는 구도는 초반엔 전형적인 불륜 삼각관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구도를 배경으로만 쓰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경희가 남편을 미행하다 철거촌에서 시신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이야기의 장르가 바뀝니다. 딸 예지가 "제가 운전했어요"라고 고백하자, 경희와 재용은 딸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시신을 별장 지하 창고에 유기합니다. 여기서 이 드라마의 핵심 서사 장치인 '도덕적 해이의 연쇄(moral hazard chain)'가 시작됩니다. 도덕적 해이의 연쇄란, 한 번의 잘못된 결정이 그것을 덮기 위한 또 다른 결정을 강요하고, 결국 초기 선택과 전혀 무관했던 사람들까지 같은 비밀에 묶이게 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본 부분은 예지가 운전하지 않았다는 진실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실제 운전자는 수정의 딸 민서였고, 예지는 연인인 민서를 지키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습니다. 부모가 딸을 지키려다 만들어낸 거짓말이, 사실은 딸이 또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만든 거짓말 위에 쌓인 것이었습니다. 이중 반전 구조가 꽤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협박 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용에게 시신 유기 영상을 빌미로 5억 원을 요구한 익명의 협박범은, 알고 보니 수정의 간호사 양부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의 실제 내용은 딸의 사고 은폐 장면이 아니라 재용과 수정의 불륜 현장이었습니다. 경희는 딸을 지키려고 5억을 냈는데, 결과적으로 남편 불륜의 입막음 비용을 낸 셈이 된 것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볼 때 느낀 허탈함은 꽤 컸습니다. 인물들이 가진 정보와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을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벌려놓는 방식, 이른바 서사적 아이러니(narrative irony) 기법이 이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됩니다. 서사적 아이러니란 등장인물이 놓친 사실을 시청자만 먼저 아는 상황을 활용해 긴장감과 씁쓸한 웃음을 동시에 유발하는 기법입니다.

  • 불륜은 출발점일 뿐, 이야기의 중심은 시신 유기·협박·거짓 자백으로 이동
  • 예지의 자백 → 실제 운전자 민서 → 두 딸의 연인 관계라는 이중 반전 구조
  • 5억 협박금의 실체가 불륜 입막음 비용이었다는 서사적 아이러니
  • 서사 전반에 걸쳐 인물의 정보와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벌려놓음
요약: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불륜을 시작점으로 삼되, 도덕적 해이의 연쇄와 이중 반전 구조로 장르 자체를 바꿔버리는 드라마입니다.

 

 

거짓말 연쇄와 블랙코미디 — 침착했더라면 끝났을 이야기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자주 든 생각은 '저 사람들 지금 왜 저러지'가 아니라 '저 상황이라면 저도 저렇게 했을 수 있겠다'였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의 가장 무서운 부분입니다. 경희와 재용이 처음 시신을 숨긴 건 악의에서가 아니었습니다. 딸의 인생이 무너질까 봐 두려웠고, 그 두려움이 판단력을 먼저 마비시켰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터널 시야(tunnel vision)'라고 부릅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눈앞의 위협만 보이고 다른 선택지는 보이지 않는 인지 협착 현상입니다. 경희는 딸이 운전했다는 사실만 믿고 즉각 은폐를 선택했고, 나중에 블랙박스 영상 한 장면만 확인했어도 진짜 범인이 최상철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라마 마지막에 공개됩니다. 처음부터 그 영상이 있었고, 처음부터 확인만 했다면 모든 사건은 불필요했던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의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허탈감을 주는 이유는, 인물들의 선택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너무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나솔의 쌍둥이 형 나도가 등장하는 후반부는 이 거짓말 연쇄의 정점입니다. 이미 세 명의 시신이 별장 지하에 묻히고, 경희·재용·수정·주보성 네 사람은 완전히 같은 비밀을 공유하는 공동 운명체가 됩니다. 범죄학 용어로 이런 관계를 '공범 균형(complicity equilibrium)'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배신도 고백도 불가능해지는 상태, 즉 어느 쪽도 먼저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여기서 쏟아지는데,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게 '막장'이 아니라 설계된 블랙코미디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국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희는 CCTV 기록에 맞춰 자신이 나도를 고용해 불륜 현장을 덮쳤다는 거짓 진술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경찰은 '최상철이 나솔을 죽이고, 나도가 최상철을 죽였으며, 고두식이 나도를 죽였다'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사건을 정리합니다. 실제 범인들은 수사망을 빠져나가고, 무관한 인물이 용의자가 됩니다. 이 구조는 출처: 한국연구재단 KCI에서도 다뤄진 '서사적 오류 귀속(narrative misattribution)'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사적 오류 귀속이란 실제 원인과 무관한 요소가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지적·서사적 오류를 말합니다. 드라마는 이 구조를 코미디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마지막 장면, 경희가 TV 화면 속 나솔 폭행 영상을 보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이 드라마 전체의 요약입니다.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웃으면서도 꽤 씁쓸했던 이유는, 그 욕이 캐릭터의 감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청자 자신의 감정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그 영상 하나만 봤더라면. 드라마는 그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한국드라마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OTT 콘텐츠 소비 분석에 따르면, 반전 요소가 포함된 스릴러 드라마의 완주율이 일반 멜로드라마 대비 약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KOFICE). 이 드라마가 계속 다음 화를 틀게 만드는 힘은, 반전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에서 온다는 데 있습니다.

요약: 거짓말 연쇄는 터널 시야와 공범 균형 구조로 설명되며, 드라마는 그 과정을 블랙코미디의 문법으로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결말이 어떻게 되나요?

A. 경희·재용·수정·주보성 네 사람은 별장 지하에 나솔·나도·최상철 세 구의 시신을 시멘트로 덮어 은폐합니다. 경찰 수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결론 나고, 네 사람은 공범 관계로 묶여 서로의 비밀을 지키는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경희는 나솔의 실제 사망 원인을 보여주는 영상이 TV에 공개되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합니다.

 

Q. 나솔은 차 사고로 죽은 거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나솔은 차에 치인 후에도 살아있었습니다. 이후 변호사 최상철과의 몸싸움 중 최상철이 휘두른 유리병에 맞아 사망한 것이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나중에 밝혀집니다. 경희 가족이 시신을 숨기면서 자신들이 살인의 공범이라고 착각했지만, 실제 범인은 처음부터 최상철이었습니다.

 

Q. 예지와 민서가 연인이라는 설정이 본문에서 중요한가요?

A. 서사 구조상 매우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예지가 거짓 자백을 한 이유가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연인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부모들의 모든 은폐 행동이 사실은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진 것임이 밝혀집니다. 두 딸의 관계는 이야기 전체의 반전 구조를 지탱하는 축입니다.

 

Q. 반전이 너무 많아서 따라가기 어렵지 않나요?

A.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중반부부터는 '이번엔 또 뭐가 나오려나' 하는 피로감이 약간 있었습니다. 반전이 촘촘하게 이어지다 보니 한 사건이 정리되기 전에 다음 비밀이 등장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다만 그 과장된 구조 자체가 블랙코미디의 의도된 문법이라고 보면, 오히려 이 밀도가 이 작품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결론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불륜 드라마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전혀 다른 장르를 만나게 되는 작품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사람이 겁을 먹으면 얼마나 빠르게 최악의 선택지로 달려가는가'였습니다. 경희와 재용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두려웠고, 그 두려움 앞에서 판단이 멈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멈춤이 세 개의 시신과 네 명의 공범을 만들었습니다.

반전이 과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중반부에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고 경희가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보고 나서는, 그 과잉이 의도된 설계였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거짓말 하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끌고 올 수 있는지, 이 드라마는 황당하고 웃기는 방식으로 그것을 보여줍니다.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 특히 '이 사람들 왜 저러지'를 반복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chromewebstore.google.com/detail/livewiki-%EC%9C%A0%ED%8A%9C%EB%B8%8C-%ED%95%B5%EC%8B%AC-%EC%9A%94%EC%95%BD/gaaicdedebppdnadcdddckdmccfejjli?hl=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