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볼 때까지 일제강점기 배경 작품의 주인공은 당연히 신념을 가진 독립운동가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 주인공 이가경은 달랐습니다. 그녀의 무기는 총도 아니고 신념도 아닌, 눈보다 빠른 손기술과 입에서 술술 나오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첫 회를 보고 나서 제가 이 드라마에 완전히 빠진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습니다.이가경이라는 캐릭터, 소매치기로 시작하는 이유제가 처음 이가경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솔직히 당혹감에 가까웠습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고 하면 보통 항일 의식이 깔린 인물들이 중심에 서잖아요. 그런데 가경은 다릅니다. 그녀는 총독부 행사장에서도, 높은 사람이 가득한 자리에서도 눈을 굴리며 가방과 지갑을 노립니다.가경이 이렇게 사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첫 출근 당일, 병원장이 주도하는 공식 컨퍼런스 자리에서 대놓고 수술 방식을 반박하는 인턴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아, 이 드라마는 다르게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의학 드라마라면 대개 성장형 주인공이 실수를 거듭하다 인정받는 서사를 따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닥터 X의 개수정은 처음부터 그 공식을 비틀어버립니다.병원 권력구조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캐릭터 개수정 일반적으로 의학 드라마의 신참 의사는 위계질서에 눌려 입을 다물고, 점차 실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방식으로 그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본 의학 드라마들도 대부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개수정은 첫 장면부터 그 틀을 깨버렸습니다. 구서대학교 김명섭 병원장은 자신이 개발한 MS 수술법(개복 담낭 절제 수술법으로, 복강경 ..
솔직히 저는 처음에 치즈인더트랩을 그냥 평범한 대학 로맨스로 봤습니다. 잘생긴 선배, 평범한 여주인공, 예상 가능한 전개. 그런데 다시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유정이 웃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제가 느끼는 이 찜찜함이 그냥 착각인지 계속 의심하게 됐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로맨스가 껍데기고, 진짜 주제는 '사람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였습니다.유정 분석 — 친절한 사람이 무서운 이유제가 직접 다시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유정의 '간접 개입' 방식이었습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유정은 직접 나서서 따지지 않습니다. 상철이 회비를 빼돌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도, 오영곤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유정은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설계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걸 보고 ..
솔직히 처음엔 차은우 얼굴 보러 켰습니다. 학원 로맨스니까 가볍게 보다 말겠거니 했는데, 임주경이 고백했다가 친구들 앞에서 공개 망신당하는 장면에서 리모컨을 내려놨습니다. 《여신강림》은 화장으로 여신이 된 소녀의 이야기라기보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자기 얼굴을 부끄러워하던 사람이 그 시선에 맞서는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외모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방식이 예상과 달랐습니다제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화장이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그 반대를 말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임주경은 전학 전 학교에서 이른바 '셔틀'을 하고, 용기 내서 고백했다가 외모를 이유로 공개적으로 조롱당합니다. 그 장면에서 주경이가 묻습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돌..
히어로물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구해준다는 설정, 실제로 보면 어색하지 않을까요? 제가 《힘쎈여자 도봉순》을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1화 첫 장면부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조폭들을 줄줄이 날려버리는 봉순이를 보고 반해버리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무언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역할 전복이 만들어낸 신선한 출발점일반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게 워낙 오래된 공식이라 시청자도 무의식적으로 그 구도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봐봤는데, 《힘쎈여자 도봉순》은 이 공식을 처음부터 뒤집어버립니다.도봉순은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입니다. 겉보기엔 ..
솔직히 저는 제목만 보고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청춘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첫 화부터 소화기를 들고 뛰어드는 장면이 나와서 잠깐 제가 잘못 틀었나 싶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은 네이버 웹툰 원작으로, 공부를 간절히 원하는 주인공이 학교 폭력 서열 문화 한복판에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뜯어볼수록 구조가 꽤 촘촘한 작품이었습니다.캐릭터 — 목표와 능력이 정반대인 주인공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주인공 윤가민의 캐릭터 설계 방식이었습니다. 학원 액션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강한 주인공이 서열을 차지한다'는 공식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가민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하루도 운동을 쉰 적이 없습니다. 그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신 보는 변호사라는 설정은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조합인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대형 로펌 면접에서 3초 만에 탈락한 신이랑이 싸구려 무당집 자리에 사무실을 열었다가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출발점부터가, 설정의 황당함과 현실의 씁쓸함이 절묘하게 겹쳐 있었습니다. 그 균형이 첫 에피소드 내내 유지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귀신 변호사라는 설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제가 처음 이 드라마를 볼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은 하나였습니다. 귀신한테 직접 진실을 들을 수 있다면 사건이 너무 쉽게 풀리는 거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개를 보고 나니 그 걱정이 기우였습니다.핵심 설정은 이겁니다. 신이랑은 망자(亡者), 즉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감상이니까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긴장감이 덜하겠거니 했는데, 남편의 트렁크 바닥 수납공간에서 두 번째 휴대폰이 나오는 장면에서 또 손이 멈췄습니다. 《부부의 세계》는 단순히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세계 전체가 가짜였다는 사실이 층층이 드러나는 구조가 지금까지도 JTBC 시청률 역대 1위를 지키는 이유라고 봅니다.배신의 구조 — 왜 지선우만 몰랐는가제가 이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정리하고 싶었던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지선우는 왜 혼자였을까. 드라마 초반, 그녀는 병원 부원장이라는 커리어와 잘생긴 아들, 자상한 남편까지 갖춘 인물로 등장합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그림이었습니다.그런데 제가 직접 다시 보니 그 완벽함 자체가 이미 허구의 신호였습니..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설마 저 정도야?" 싶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입시 코디네이터, 합격생 포트폴리오를 얻으려고 여는 호화 파티. 과장된 풍자극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24.7%를 기록한 《SKY 캐슬》은 입시 드라마가 아니라, 부모의 사랑이 욕망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추적한 작품이었습니다.입시경쟁이라는 배경, 그런데 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을까일반적으로 SKY 캐슬은 '상위 0.1%의 극단적 사교육을 다룬 드라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작품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정반대입니다.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행동의 출발점이 너무 익숙해서입니다.한서진이 합격생 영재의 포트폴리오를 얻으려..
비가 오는 날이면 이유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 《도깨비》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예쁜 로맨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다시 틀었다가, 예전에는 그냥 흘려들었던 대사들이 갑자기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죽고 싶었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 살고 싶어졌다는 이야기.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드라마였습니다.불멸의 역설 — 능력이 아니라 형벌로서의 영생판타지 장르에서 불멸(不滅), 즉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능력은 대부분 주인공이 탐내는 최고의 힘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불멸이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육체적 죽음을 겪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도깨비》가 흥미로운 건 이 설정을 정반대로 뒤집었다는 점입니다.김신은 늙지 않고, 죽지 않고,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