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에 기대를 별로 안 했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앱'이라는 설정이 어딘가 익숙하게 들렸거든요. 그런데 형욱이 죽고 나서 건우의 휴대폰에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라는 알림이 뜨는 순간, 제가 평소에 들여다보던 스마트폰 화면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리고》는 한국형 무속 신앙과 디지털 저주를 결합한 8부작 오컬트 학원물입니다.앱 저주 설정 — 왜 이게 더 무서운가기존 오컬트물을 떠올려보면 저주는 대부분 폐가나 흉터가 남은 물건, 혹은 특정 장소에 묶여 있었습니다. 어딘가 '거기에 가지 않으면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지대가 있었죠. 그런데 《기리고》는 그 저주의 매개체를 스마트폰 앱으로 옮겨왔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불편함은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위험하다는 걸..
불륜 드라마라고 해서 봤는데, 불륜은 사실 가장 작은 문제였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 예상한 건 전형적인 외도-이혼-복수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1회도 끝나기 전에 시신이 등장하고, 시신을 숨기는 선택이 나왔습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제목 자체가 이미 하나의 블랙코미디였습니다.반전 구조 — 불륜이 시작이라는 착각드라마를 보기 전, 제목만 읽고 '아, 외도에 관한 막장물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업가 경희, 배우 남편 재용, 그리고 이웃 피부과 의사 수정이라는 구도는 초반엔 전형적인 불륜 삼각관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구도를 배경으로만 쓰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갑니다.경희가 남편을 미행하다 철거촌에서 시신을 발견하는 순간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