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물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구해준다는 설정, 실제로 보면 어색하지 않을까요? 제가 《힘쎈여자 도봉순》을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1화 첫 장면부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조폭들을 줄줄이 날려버리는 봉순이를 보고 반해버리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무언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역할 전복이 만들어낸 신선한 출발점일반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게 워낙 오래된 공식이라 시청자도 무의식적으로 그 구도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봐봤는데, 《힘쎈여자 도봉순》은 이 공식을 처음부터 뒤집어버립니다.도봉순은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입니다. 겉보기엔 ..
솔직히 저는 《사내맞선》을 처음 볼 때 그냥 흘려보내려 했습니다. 재벌 사장에 사내 연애, 가짜 커플 설정까지, 봐도 봐도 비슷한 구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뻔한 설정을 이렇게 설레고 웃기게 살려낼 수 있다는걸, 제가 직접 보기 전까지는 반신반의했습니다.클리셰 총집합인데 왜 계속 보게 되나로맨틱코미디(romantic comedy), 줄여서 로코라고 부르는 장르는 수십 년째 비슷한 공식을 반복합니다. 여기서 로코란 남녀 주인공이 오해와 우연을 반복하며 결국 사랑에 빠지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드라마 장르를 말합니다. 《사내맞선》은 그 공식을 숨기기는커녕 아예 한 화면에 몰아서 꺼내놓습니다.제가 직접 확인한 것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재벌 남자 주인공과 평범..
하고 싶은 일을 잘해야만 계속해도 될까요? 《쌈, 마이웨이》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유쾌한 청춘 로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다시 틀어보니 전혀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만이 애라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장면보다, 애라가 면접장에서 스펙 때문에 잘려나가는 장면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연애물이 아닌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꿈과 현실 — 이 드라마가 불편하게 현실적인 이유《쌈, 마이웨이》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꿈과 직업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뉴스 앵커를 꿈꾸던 애라는 백화점 인포 데스크에 앉아 있고, 태권도 국가대표를 목표로 했던 동만은 진드기 박멸사로 일합니다. 드라마는 이 괴리를 코믹하게 포장하지만, 솔직히 처음 봤을 때보다 지금 ..
7년을 만난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이제 다 끝났다"라고 생각했는데, 술 한잔 걸치면 전화기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비슷한 시기에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멜로가 체질》은 처음엔 그냥 서른 살 여자들의 연애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보다 보니 "지나간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다시 살아가느냐"라는 이야기가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가볍게 틀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붙잡혀 있었던 드라마입니다.이별 정리 —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 것들드라마에서 주인공 진주는 7년 장기 연애를 끝냅니다. 헤어지는 이유를 묻는 상대에게 "싫은 게 너무 많아서 찾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단한 결정적 사건 하나가 아니라, 쌓이고 쌓인 감정이 결국 무게를 이기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