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21세기 여성이 고려 시대로 타임슬립(time slip)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로맨스 사극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켰다가, 나중엔 결말을 알고도 초반부를 다시 보면서 혼자 멍해진 작품입니다.정략결혼과 황위 다툼 — 고려 황실의 냉혹한 구조역사적으로 태조 왕건은 기록상 부인만 29명, 자녀 34명을 둔 것으로 전해집니다(출처: 한국역사연구회). 이 숫자가 단순한 트리비아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그 숫자 하나하나가 정략결혼(政略結婚)의 결과물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정략결혼이란 감정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로 맺어지는 혼인을 뜻합니다. 각 지역 호족의 딸들을 ..
위로를 받으려면 상대가 내 사정을 먼저 알아야 할까요. 저는 이 드라마를 두 번 보고 나서야 그 질문의 답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스물한 살 지안과 중년의 직장인 동훈이 서로의 무너진 시간을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지안의 삶이 너무 안쓰러워서 거기에만 시선이 꽂혔는데, 다시 보니 동훈도 만만치 않게 자기 삶을 겨우 버티고 있었습니다.도청이라는 설정이 왜 이렇게 잘 작동했나지안이 동훈에게 처음 다가간 건 순수한 마음에서가 아니었습니다. 지안은 처음부터 동훈의 뒤를 캐고, 그 과정에서 도청 장치를 이용해 그의 일상을 엿듣습니다. 도청(surveillance)이란 상대의 동의 없이 사적인 대화나 행동을 감시·기록하는 행위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명백히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런데..
